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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7.13 성경이야기 첫번째 : 그들의 이름은

<그들의 이름은 - 1>


??? : 이 빌어먹을 영감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거냐?

??? : 들으신 그대로 입니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강을 건너온 사람입니다.

아롱거리며 흔들리는 등불아래, 한 사내의 일그러진 얼굴 그림자도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이내 사내의 얼굴은 실소를 지으며 눈앞에 앉아있는 곧 꺼질듯한 노인을 향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두움을 비추던 세스헤트가 가장 높은곳을 지나 구름뒤로 발걸음을 옮기니 다시금 어두움이 땅을 덮었다.

??? : "영감. 히브리 종이여. 네 이름이 무엇이냐?"
??? : "눈이라고 하옵니다."
??? : "그대는 내가 누구인 줄 알고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거냐?"
눈 :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왕자 모세여."
모세 : "그렇다면 앞으로 네놈의 목이 어떻게 될지도 잘 알고 있겠구나?"


주변 도시들의 세력은 나날이 이집트 땅을 위협할 정도로 막강해지고 있었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파라오왕의 국고 사업이 오랜시간 제대로 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모세는 라암셋을 확인하고 오라는 파라오의 지시로 라암셋을 방문했었다. 방문한 지역의 첫인상은 지독한 냄새로 가득했다. 건축물을 올리다 죽음을 맞이한 노예들은 한 곳에 차곡히 쌓여있었고, 드문 드문 시체들을 처리하기 위해 불로 태우고 있었다. 그나마 목숨이 붙어 있던 노예들도 위태해 보였다.

여러곳을 둘러본 모세는 파견된 감독을 찾았다. 이런 지역에 어울리지 않는 건물은 사치로 물들어 있었다. 먼 발치에서 모세를 향해 달려오는 감독은 멀리서도 거대해 보였다. 살이 잘 오른 탐욕의 그림자가 형체를 가졌다면 저런 모습일까?

감독 : "모세 왕자님, 환영합니다."
모세 : "시간이 없으니 바로 이곳의 진척 상황을 보고하도록."
감독 : "오시느라 힘드셨을텐데 조금 쉬시고 이곳 상황도 천천히 둘러보시지요. 귀한 음식들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모세 : "오면서 이미 둘러 보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형편없더군. 이곳은 궁궐과 비슷하군. 얼핏보면 이곳의 왕이 그대 같아 보이겠어."
감독 : (땀이 흐른다.) "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아닙니다. 그저 노예들이 많이 있고 자원이 풍부했습니다."
모세 : "노예와 자원들이 풍부했다면 어째서 아직도 국고는 그대로 인가? 몇년전과 달라진거라고는 네놈이 엉덩이나 붙이고 질척거리는 이 궁궐과 같은 거처뿐 아니냐."
감독 : "그.. 그게.."
모세 : "됐다. 나는 좀 더 이곳 상황을 살펴보고 올테니 너는 보고 할 준비나 하고 있거라." ('더 이상 네놈의 숨소리를 참고 들을수가 없다.')


모세가 눈을 만나기 전의 일이었다. 그 뒤 모세는 건축물들에 쓰이는 돌들과 흙등을 살피고 노예들의 삶을 살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노예들의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들에게 주어진 먹을것들은 감독을 살찌운다. 노예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발길을 옮겨 그들을 살필 때, 한 청년이 모세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히브리 노예들은 모세가 두렵지 않았던 모양이다.

청년 : "모세 왕자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모세는 조사를 위해 경호원까지 두고 온 상황이었다. 여차하며 허리춤에 찬 칼을 꺼내 눈앞에 청년을 베어버릴지도 몰랐다. 소중한 인력을 자신의 손으로 베어버린다면 손해가 크기에 칼을 꺼내지는 않았다.

모세 : "다음부터는 좀 더 예를 갖추거라. 오늘은 업무상 그대의 말을 듣겠으나 다음부터는 목이 떨어질것이다. 용건이 무엇이냐?"
청년 : "이곳에서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누추하지만 제가 안내하는 곳으로 함께 하셨으면 합니다."
모세 : "설마 나를 해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거냐? 그렇다면 다음이 아니라 지금 당장 네 목을 가져가겠다."
청년 : 여호와께 맹세코 당신을 해하지 않겠습니다."

곧 있으면 해가 떨어진다. 길게 늘어선 노예의 집 그림자가 길을 안내한다. 그림자가 가르키는 곳을 향해 청년은 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모세가 뒤 따른다. 고된 노역이 끝나고 문틈 사이로는 노예들의 신음이 세어나왔다. 그런데도 모세를 스쳐가는 노예들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청년의 발걸음이 어느 집앞에 멈춰서는 동시에 태양은 지고 어둠이 시작하며 문이 열린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다.

Posted by Saccharin sm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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