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21.07.13 성경이야기 첫번째 : 그들의 이름은

<그들의 이름은 -2>

혼란을 야기하려던 걸까? 한 노인은 죽음을 예비하듯 많은 이야기들을 모세에게 쏟아냈다. 노인의 의도가 모세를 혼란하게 만들려 했다면 이는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모세는 차분한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모세 : "감독의 횡포가 심했었구나. 노역이 고되 차라리 내가 네 목을 쳐 편해지길 바랬구나. 하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겠지. 내가 네 목을 쳤다는 빌미로 반란을 꾀하고 있었을 테지. 그렇지 않다면 이 좁은 집에 많은 사람들을 불러놓고 나를 능멸할 수 없었을 거야.

너희 족속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단 말이야. 노예 주제에 무슨 생각으로 아이들을 그렇게 많이 낳아 기르는지, 우리 민족보다 많아졌어. 덕분에 너희를 위해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하지. 하피의 자비가 아니었다면 이미 곡식들은 씨가 말랐을 거야.

파라오 왕께서는 너희를 생각해 일거리를 주고 음식을 먹이고 자비를 베풀어 이 땅에 머물게 하셨다. 그런 나도 너희를 불쌍히 여겨 이곳에서 감독의 횡포에서 조금이나마 짐을 덜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순식간이었다. 모세의 허리춤에 있던 칼끝이 눈의 목을 겨눴다. 한 호흡만 더 들이키면 칼 끝이 눈의 목을 파고들었으리라.

모세 : ".. 너희들은 이제는 나를 능욕하려 하는가?"

좁은 집안에 모여 이를 지켜보던 모든 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저 멀리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개구리 소리만이 이 공허를 겨우 흔들고 있었다.

눈 : "그럴 리가요. 이 늙은이 목을 원하신다면 언제든 드리겠습니다. 제 살 날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왕자님과의 대화도 이번이 마지막 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꼭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저와 같은 이가 당신에게 이야기드렸을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모세 :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보군. 지금 나보고 네 놈의 정신 나간 이야기를 더 들으란 말이냐?"
눈 : "그렇습니다."
모세 : "이제는 웃음도 안 나오는구나. 피곤하군. 겨우 이런 놈들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다니. 더 이상 네 녀석의 이야기를 들을 이유는 없다. 이만 물러가겠다. 생각지도 못한 어처구니없는 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답례로 여기 있는 모든 녀석들의 목숨은 살려주마."

발걸음을 돌린 모세의 앞에는 이곳으로 모세를 인도한 청년이 서 있었다.

모세 : "그래, 거기 너.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이여. 네 녀석의 목이라도 가져가야겠다."
?? : 그만두십시오. 엘르아살은 성인식을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모세가 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단 한시도 모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던 한 사람이 모세를 가로막았다. 모세는 겨우 가라앉은 화가 다시 치미는 듯 칼을 움켜쥐고 그 사내를 향해 칼을 뻗었다.

모세 : "이것들이 나를 우숩게 보는구나. 피를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보여주마. 네 녀석의 이름은 무엇이냐?"
??? : "미리암."
모세 : "뭐라고?"
??? : "당신의 시녀인 미리암의 오빠인 아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제 아들입니다."
모세 : "그러고보니 그녀와 닮았군. 눈이 닮았어. 나한테는 예전에 잃어버린 동생 이야기만 하더니 오빠가 있다는 말은 안 했었군. 그녀의 조카를 벨 수는 없지. 어머니 다음으로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니까 그녀를 슬프게 할 수는 없지. 알았다. 무례를 용서 하마. 하지만 조심해라. 더 이상 나를 자극한다면 여기 있는 모두의 목을 내일 광장에 걸어놓겠다."
눈 : "아론, 왕자님을 안내해드려라. 오늘은 더 이상 힘들겠구나."
아론 : "네, 알겠습니다."
모세 : "필요없다. 혼자 가겠다."
눈 : "왕자님, 하체의 흉터는 부끄러운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광스러운 흔적입니다."

모세는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모세 : '눈[각주:1].. 혼돈인가.. 웃기는군.'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본 하늘에는 누군가가 손톱으로 찍어놓은듯한 틈새로 달빛이 세어 나왔다. 이 사건이 있은 뒤 얼마 안있어 라암셋을 관리하던 감독은 바뀌었다.


  1.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신, 혼돈 그 자체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Saccharin smil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