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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6.24 세상을 바라보는 눈 (1)

 

여기 하나의 그림이 있다.
16세기에 그려진 작품으로 처음으로 이 작품을 본다면 딱히 작품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쉽사리 발견하기 어렵다.

이 작품은 16세기 브라반트 공국(오늘날로 치면 네덜란드 등의 지역)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베들레헴의 인구조사』이다.

예수님의 탄생 과정을 복음서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누가복음에 따르면 로마의 속국인 이스라엘에 대한 인구조사가 있었다. 갈릴리 지역에 있었던 요셉은 인구등록을 위해 출산이 임박한 그의 약혼녀인 마리아를 데리고 그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숙소를 찾지 못한 채로 출산을 했어야 했다.

작품 중앙 하단을 보면 푸른 망토를 걸치고 나귀를 타고 있는 여인과 밀짚모자를 쓰고 톱을 어깨에 걸친 사내가 있다. 마리아와 요셉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하나 더 보자.

 

 

이 작품은 피터르 브뤼헐의 『영아살해』이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헤롯왕 때, 동방에서 예루살렘으로 온 박사들이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난 아이를 찾았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예루살렘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에 헤롯왕은 유대의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을 불러 모아 그들의 왕이 어디서 나올지를 물었고 그들은 베들레헴이라 답변했다. 헤롯은 뒤 이어 박사들을 불러 베들레헴으로 보내며 아이를 찾게 되면 바로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고국에서 별을 보고 쫓았던 그들의 발걸음은 결국 베들레헴 어느 한 집 앞에 머물렀고 이를 기뻐한 박사들은 결국 아기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 이후 박사들은 꿈에서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고 바로 고국으로 돌아간다.

박사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사실을 알게된 헤롯은 분노하여 사람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 별이 나타난 때를 기점으로 2년 안에 태어난 모든 사내아이들을 죽인다. 요셉은 헤롯이 보낸 사람들이 베들레헴에 도착하기 전, 꿈속에서 아이를 데리고 급히 이집트로 가 다시 꿈속에서 지시가 있을 때까지 거기서 머물라는 지시를 받고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이집트로 무사히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지고 제목이 달린 이 작품들을 처음 접한 나에게는 매우 의아하면서 형편없는 작품이었다.

(독자분들은 제가 어떠한 부분에서 의아해 했고 형편없다고 느꼈었는지 알겠나요?)

 

가장 먼저 그림에서 건물양식과 사람들의 의복을 보자.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영아살해는 분명 예수님이 태어난 시점인 AD 1세기경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그러나 작품에 등장하는 건물양식과 사람들의 의복은 중세 유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여기서 발견한 오류를 작가가 고증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고증 없이 자신이 태어난 시대에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관을 대입해 -오래된 과거를 자신의 시대에 맞춰- 과거를 구현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수는 작가가 범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이러한 오류는 이 작품을 보고 평가하는 내가 저지르고 있었다.

Posted by Saccharin sm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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