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름은 - 3>
'응애~응애~'
깊은 밤, 낯선 공기의 무게를 처음 맞이한 아이가 태에서 무엇을 두고 왔는지, 손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그 작은 두 손을 꼭 쥐고 서럽게 목청 높여 운다.
노예들이 살던 지역의 노예들은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위해 노랠 지어 삼키우며 조용히 축하한다.
'아이야 아이야 울지 마라. 혹여나 네 울음소리 듣고 뱀이 찾아와 너를 삼킬라.
아이야 아이야 울지마라. 혹여나 네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이 우리와 같은 것이더냐.
아이야 아이야 울지마라. 혹여나 네가 쥐고 있던 것이 이 소망이더냐? 우리 모두 짊어지고 있는 멍에를 벗고 자유함을 되찾는 그날을.
아이야 이제 네가 우릴 건져내라.'
태어난 아기의 엄마는 아기 울음소리가 혹여나 뱀에게 들리울까 급하게 젖을 물린다. 아기는 이제 막 나왔을 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엄마의 젖이 입에 닿자 울음을 그치고 황급히 엄마의 젖을 빨기 시작했다.
(산파) : "건강한 사내아이구나 요게벳. 고놈 참 잘 생겼다. 형이랑 누나가 참 좋아하겠어."
요게벳 : "네, 정말 잘 생긴 아이네요. 이번에도 신세를 졌어요 십브라. 감사해요."
십브라 : "별말씀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네."
문 밖에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산파가 황급히 들어온다.
십브라 : "뭘 그렇게 서둘러 이미 끝났어. 천천히 숨이나 돌려."
(산파) : "아니 벌써? 우리 아낙네들은 무슨 힘이 이렇게 좋아서 소식 듣고 달려오는 동안 애를 쑥쑥 낳는 거야?"
요게벳 : "부아,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셋째라 그런지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었어요."
부아 : "어이구 요게벳 고생했네 고생했어. 야~ 요놈 보게 실하게 생겼네. 어이구 저것 봐라 먹고살겠다고 저 작은 입으로 야무지게 먹는 거 봐. 아주 건강하겠어."
십브라 : "잠깐 뒷정리 좀 해줘. 밖에 아므람이랑 애들 불러올 테니."
부아 : "그려그려, 다녀와."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지 고작 몇 분 되지 않았지만 아이의 아빠인 아므람은 그 짧은 시간마저도 억겁의 시간과도 같았다. 혹여나 순찰병들이 이 근처를 지나가지 않을까 노심초사 기다리는 내내 주변을 살폈다. 아므람뿐만 아니라 그의 친족들과 동료들도 요게벳의 진통이 시작된 뒤로 주변을 경계했다. 늦은 시간이라 순찰병의 임무가 끝났어도 만일에 대비해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그동안 파라오의 횡포에서 십브라와 부아의 지혜로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파라오는 순찰병을 이곳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신생아들의 성별을 확인한 뒤 남자아이일 경우 자비 없이 나일강에 던졌다.
아론 : "아빠, 엄마랑 아기는 괜찮을 거예요. 아기 울음소리가 큰 거 보니까 저처럼 건강한 아기인가 봐요."
아므람의 불안을 느낀 아론이 아빠를 진정시킨다.
미리암 : "아빠, 아빠. 왜 내 동생 안보여줘? 이제 들어가도 돼? 왕자님이야 공주님이야?
아므람 : "글쎄, 아빠도 아직 모르겠구나. 울음소리가 들렸으니 곧 있으면 십브라가 나오지 않을까? 미리암은 남동생이 좋아? 여동생이 좋아?
미리암 : "나는 왕자님이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우리를 파라오한테서 구출해줬으면 좋겠어."
아므람 : "하하하. 아빠는 미리암같은 딸도 좋고, 아론 같은 아들도 좋아. 아들이던 딸이던 항상 아껴주고 사랑해줄 거지?
미리암 : "응. 내 동생이니까. 평생 내가 보살필 거야."
때마침 문에서 십브라가 나와 아므람과 아이들을 부른다.
아므람 : "오~ 여보. 고생했어요. (그녀와 입 맞춘다.)"
요게벳 : "오래 기다렸죠? 이것 봐요. 당신을 닮은 잘 생긴 아이예요.(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아므람 : (아론과 미리암을 얻었을 때의 기쁨의 눈물과는 다른 눈물이 눈가에 고이기 시작했다.)
미리암 : "와~ 아빠! 내 소원대로 왕자님이야! 신난다!"
요게벳 : "아론, 미리암. 내 사랑. 이제부터 이 아이가 너희들의 동생이야 이쁘지?"
미리암 : "응. 엄청 이뻐."
아론 : "응. 내가 지켜줄 거야."
부아 : "아이고 이 녀석들. 엄마는 이제 좀 쉬어야 해요. 오늘 밤은 엄마랑 아기가 편히 쉬게 해 주자꾸나."
미리암 : "칫- 이제 봤는데 벌써?"
아므람 : "그래, 오늘은 이만 엄마를 쉬게 해주자."
미리암 : "알았어. 어쩔 수 없지."
미리암 : "아! 엄마! 엄마! 아기 이름은 뭐야?"
요게벳 : "그래, 이 아이에게도 이름을 지어줘야겠구나. 뭐가 좋을까? 그래, 이 아이의 이름은...
모세 : "미리암? 미리암?"
미리암 : '뭐였더라, 내 동생의 이름이..'
모세 : "미리암!!"
어느새 모세가 그녀의 곁에 있었다.
미리암 : "아! 왕자님, 오셨습니까?"
모세 : "그래, 조금 전에 돌아왔어. 무슨 생각을 하길래 불러도 대답이 없어?"
미리암 : "아, 잠시 옛 생각이 나서 잠시 정신을 다른데 두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모세 : "죄송할 거까지야, 그건 그렇고 내방은 다른 하인들에게 맡기라니까 힘들게 왜 미리암이 직접 정리하고 있어?"
미리암 : "제 즐거움인걸요."
모세 : "미리암은 너무 오랫동안 나를 위해 고생했으니 이제 쉴 때도 됐어. 누구도 미리암에게 뭐라고 할 사람 없어."
미리암 : "라암셋은 잘 다녀오셨어요? 그곳 상황은 괜찮아졌나요?"
모세 : "형편없었어. 감독을 교체해야겠어. 국고는커녕 나라 창고를 모두 거덜 내게 생겼어. 아, 미리암. 혹시 미리암에게..."
경비원 : " 왕자님, 파라오님께서 찾으십니다."
모세 : "그래, 곧 가마."
미리암 : "왕자님, 저에게 물어보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모세 : "아, 일단 아버님께 라암셋 상황을 보고 드려야 할 것 같아. 나중에 이야기하지."
미리암 : "네, 알겠습니다."
조금 전 돌아온 모세는 다시금 방을 나서야 했다.
미리암 : '오랫동안 동생 이름을 부르지 않았더니 잘 기억이 나질 않네..'
모세 : "아, 미리암. 탁자 위에 선물을 뒀으니 한번 봐봐. 마음에 들 거야."
미리암 : "감사합니다."
모세가 방을 나간 뒤 미리암은 탁자 위에 놓은 선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모세가 탁자 위에 올려둔 선물을 들어 올렸다.
미리암 : "아! 내 동생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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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15 성경이야기 첫번째 : 그들의 이름은